절망의 구를 읽고..... 찝찝함을 느끼다. 책. 책! 책?

김이환 작가의 절망의 구를 결국 다 읽었다. 사 놓기는 예전에 사 놓았는데 처음 구입했을 때 전반부를 조금 읽다가 무언가 취향에 맞지를 않아 책을 덮은 뒤로 몇 달이 지난 뒤인 며칠 전에 처음부터 다시 읽어 보았다. 결국 어제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서는 또 한 번 깨달았다. 무언가 찝찝하다. 글의 설정, 전개, 문장? 그런 것들과 다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문뜩 느껴진다. 어색하다. 무언가 어수선하고 꼭 맞지 않는 퍼즐을 억지로 끼어 맞추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작가의 전작들을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인터넷이나 여기저기 들어본 바로는 상당히 밝고 동화와 같은 작품들을 써온 작가라는 것을 알았다. 그런 그가 『절망의 구』라는 제목부터 음습한 작품을 써내려간다. 그 음습함은 작품의 성정으로 들어가면 말 그대로 절망이 된다. 갑자기 세상에 나타난 검은색 구는 느릿하지만 끈임 없이 인간들을 흡수해나간다. 주인공은 그 구의 최초 목격자이고 그 사실을 숨기고 구를 피하여, 부모님의 안위를 살피기 위하여 도망을 다닌다. 그런 행보 속에서 주인공이 보는 이야기와 하는 이야기가 섞이며 이 글이 가지는 전체흐름이 흘러간다. 그런 이야기이다.

 

난 이 책을 보면서 내내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자들의 도시』가 떠올랐다. 책이 흘러가는 방향도 말하자고 하는 것도 빼다 닮았다. 인터넷에는 한국판 눈먼자들의 도시라는 말까지 있다. 하지만 사실 눈먼자들의 도시와 절망의 구를 직접 비교를 할 수 없다. 그러기에는 두 작품의 격이 너무 차이가 나기도 하고 절망의 구가 눈먼자들의 도시를 따라한 느낌도 너무 많이 들고 말이다. 그런데 사실 난 그런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문장이 나 문단같은 것들 세세한 설정 같은 것들을 베기지 않는 한 전체적인 흐름이나 설정들을 오마주하는 것은 큰 문젯거리도 되지 않는다. 다만 중요한 것은 작가가 그 주제를 감당 할 수 있느냐 아니냐가 문제인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에도 나는 생각했다. 작가가 정말 감당하기 힘든 주제를 가지고 너무나도 급하게 글을 썼구나 하고 말이다. 급히 생각하고 급히 써내려간 느낌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글들에 남았다. 솔직히 문장력은 나무랄 것이 없었다. 작가가 그때그때 쓰고 싶고 말하고 싶은 것들에 대하여 작가의 문장들은 큰 무리 없이 독자들에게 전해주려 하고 있었다. 문제는 무슨 생각을 하고 말하고 싶어 하는가에 관해서이다. 나는 글을 읽으며 이렇게 잘 정돈된 문장 속에서 작가의 주체를 찾기 힘든 경우는 또 오랜 만이다. 예전에 조선일보의 뉴웨이브문학상 1회수상작인 『진시황 프로젝트』를 읽으며 이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예전에 기사에서 이 책을 6개월 만에 완성했다고 하던 이야기를 본적이 있다. 6개월? 아무리 생각해도 6개월은 좀 빠른 감이 든다. ―뭐 무협계의 거장인 古서효원선생은 앉은 자리에서 3권짜리 무협지 한 질을 완성했다는 전설은 내려오지만…….― 남들은 1년 2년 걸려 내 놓는 작품을 아무리 장르소설이라지만 6개월 만에 완성한다는 것은 너무 빠른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작품은 전체적으로 어수선하다.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전달이 자유롭지 않다. 이야기 전달 도구가 너무 많이 나오고 그 도구들이 제대로 정리가 되지를 않은 느낌이다. 주인공 및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도 대체적으로 들쑥날쑥 하다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다. 너무 극단적인 캐릭터가 너무 많이 등장하니 독자로서 글에 집중하기 힘이 들었다. 뭐 혼란중인 상황에서 인간집단이 보여주는 부조리를 꼬집으려는 것은 알겠는데 그런 인물들이 너무 많으니 그저 혼란만 보여주는 느낌이다. 그러다 보민 결국 결말도 여우가 없어지고 쫓기듯이 문을 닫는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꼬집으려는 부조리는 무었진 지 하나도 보이지를 않고 그저 혼란과 어수선함만이 있고 혼란스러운 결말만이 있다. 물론 글의 문장력은 뛰어나 군더더기가 없어 막힘이 없고 스펙터클하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그리 지겨운 줄 모르고 읽어 나간다. 장르소설로는 매우 뛰어난 강점이다. 게다가 문제의식도 보인다. 혼란 속에 나타나는 인간 본성의 부조리함을 말하려 한다. 주인공을 비롯해 모든 등장인물 심지어 사회전체가 보여주는 이기심이 보여주는 부조리함과 폭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거기까지이다. 거기가 한계이다. 그저 이기적인 군상들이 보여주는 폭력과 부조리 몰이해만 줄줄이 비엔나소세지같이 엮여 나갈 뿐이다. 그에 대한 깊은 고민이 전혀 보이지를 않는다. 왜 그럴까? 왜 저 인간들은 저 따위일까?하는 깊은 고민들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이게 이 책의 한계이다. 그리고 문득 생각해 본다 그 한계가 이 책만의 한계인지 아니면 대한민국 장르소설의 한계인지를 말이다. 더 고민해보아야 할 문제이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